12장 · 읽히지 않는 글자

12장읽히지 않는 글자

1932년 11월 11일~14일, 다롄의 구금 장소 · 이정헌

정헌은 발을 바닥에 대기 전에 손으로 발목부터 만졌다. 밤새 부은 것인지 바짓단이 잘 올라가지 않았다. 신은 어제 들어올 때 벗겨졌다. 달라고 말했으나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맨발을 차례로 내려놓고 앉았다. 벽에서 등을 떼자 적삼 안으로 찬 기운이 들어왔다.

문밖에서 열쇠들이 부딪쳤다. 정헌은 바닥에 놓인 그릇을 밀어 두었다. 어젯밤 가져다준 죽은 반쯤 남아 있었다.

제복을 입은 경찰이 들어와 일어서라는 손짓을 했다. 정헌이 벽을 짚자 경찰은 팔을 잡아당겼다. 그는 잠깐 기다리라고 조선말로 말했다가 중국말로 다시 말했다. 경찰은 기다리는 대신 겨드랑이에 손을 넣었다.

복도 끝 방에는 난로가 있었다. 가까이 앉혀 주지는 않았다. 정헌은 의자 앞에서 손을 비비려다 손목에 감긴 끈 때문에 그만두었다. 오른손 엄지 아래가 부풀어 끈에 자꾸 닿았다.

상 너머 일본인 사내가 종이를 넘겼다. 옆에 선 통역은 길에서 정헌을 붙잡았던 사복 사내였다. 통역이 상대를 경부라고 부르는 말을 듣고서야 정헌은 그자의 직급을 알았다. 경부는 통역에게 무언가를 물었고, 통역은 대답했다.

“내가 하는 말을 먼저 들으시오.”

정헌이 말했다. 통역이 그제야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서 대답하면 됩니다.”

정헌은 천천히 앉았다. 상 위에는 자기 모자가 뒤집혀 있었다. 주머니에서 가져간 여비도 흰 종이 위에 펼쳐 놓았다. 돌아가는 데 쓸 돈이라며 따로 넣어 두었던 것까지 있었다.

“그 돈은 돌려주시오.”

“어디서 받았습니까?”

“내 여비요.”

“누가 주었느냐고 묻습니다.”

정헌은 돈을 마련한 경위를 말했다. 서찰을 써 주고 받은 삯도 있었고, 떠나기 전에 보태 받은 몫도 있었다. 경부는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거기에는 정헌의 이름이 한자로 적혀 있었다. 조금 아래에서 태성의 이름도 읽혔다.

“아들 이름이 왜 거기 있소?”

통역은 종이의 위쪽을 손바닥으로 눌렀다.

“아들이 지금 어디 있습니까?”

“나하고 온 사람이 아니오.”

“그럼 어디 있습니까?”

정헌은 통역의 손을 보았다. 그 손이 종이를 조금만 옮기면 태성의 이름 옆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슨 일로 아들을 묻는 거요.”

통역은 종이를 경부 쪽으로 돌렸다. 그들이 태성의 이름을 어디서 얻었는지 정헌은 알 수 없었다. 아들이 아는 말과 자기가 아는 말은 달랐다. 여기서 아들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하면, 그 차이를 저들이 들으려 할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경부가 길게 말했다. 통역은 그 말을 몇 마디로 줄였다.

“북쪽에 누구를 만나러 왔습니까?”

“책을 쓰는 사람들의 사정을 들으러 왔소.”

“책을 쓰는 사람입니까, 책을 받는 사람입니까?”

“둘 다 있소.”

“이름을 말하시오.”

정헌은 상 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모자의 안감이 벌어져 흰 실이 나와 있었다. 쓰고 나가려면 손을 보아야 했다. 모자를 고칠 때까지 이곳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돈을 보냈고 책을 보냈소. 그 일은 내게 물으시오.”

“지금 묻고 있지 않습니까.”

경부는 서랍에서 인쇄물 한 장을 꺼내 정헌 앞에 폈다. 가운데 몇 줄에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통역은 조선 사람이 학교와 일터의 일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대목을 읽었다.

“이런 말을 가르치려고 돈을 댔습니까?”

“그 말을 읽게 하려고 보낸 것도 있소.”

“아이들 글공부라더니.”

“아이들만 배우는 것이 아니오.”

정헌은 기침이 올라오는 것을 참았다. 말을 끝내기도 전에 기침을 하면 통역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것 같았다.

“일본이 조선을 다스리는 데 반대했소. 조선 사람이 자기 일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통역이 일본말로 옮기는 동안 정헌은 한 번 숨을 골랐다. 경부는 붉은 선 끝을 손톱으로 두드렸다.

“그 일을 같이 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겁니다.”

“누구에게 어떤 책을 보냈는지 모두 여기서 말할 수는 없소.”

경부가 손짓하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정헌의 어깨를 눌렀다. 정헌은 일어서려 했으나 의자 다리가 뒤로 밀렸다. 손이 상 위로 끌려 올라갔다. 가슴이 상 모서리에 닿았다.

목덜미에 손바닥이 내려앉았다. 몸을 누르는 힘이 더해지자 옆구리 한곳이 깊이 아팠다. 정헌은 입을 벌렸으나 소리가 작게 나왔다. 경찰의 소매가 뺨을 문질렀다. 젖은 털 냄새가 났다.

“이름.”

통역의 말이 귀 가까이에서 들렸다.

정헌은 손가락으로 상을 밀었다. 팔꿈치가 꺾이며 밀던 힘이 사라졌다. 눈앞에 나무의 긁힌 자국이 있었다.

“잠깐, 잠깐만.”

누르는 힘이 멎지 않자 같은 말을 더 했다. 기다려 달라는 말 뒤에는 아무 말이나 내놓아야 할 것 같았다.

“말하겠소. 몸을 좀.”

경찰이 손을 느슨하게 했다. 정헌은 고개를 들다가 기침을 쏟았다.

통역이 다시 이름을 물었다. 북쪽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의 성과, 상하이에서 편지를 보내온 사람의 성이 머릿속에서 자리를 바꾸었다. 어느 쪽을 말하라는 것인지 물으려다가 입술만 움직였다.

“모르겠소.”

통역이 그의 뒤통수를 쳤다. 정헌의 이가 부딪쳤다.

“말한다더니 모른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무엇을 말하겠다는 뜻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몸을 놓아 달라고 하고 싶었던 것만 분명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올 때에는 복도 벽을 어깨로 쓸었다. 경찰이 손을 놓자 그대로 주저앉았다. 문이 닫히고 나서도 그는 한동안 문 가까이에 있었다. 누우면 다음에 일어날 수 있을지 몰랐다.

정헌은 무릎으로 조금씩 다가가 죽을 먹었다. 숟가락을 쥔 손이 떨려 그릇 가장자리에 자꾸 부딪쳤다. 입안에 상처가 있었지만 차가운 죽이 닿으니 잠깐 덜 쓰렸다. 그는 남아 있던 것을 다 긁었다.

오후에는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그는 적삼 아랫자락을 당겨 발등에 덮었다. 천이 모자라 허리가 드러났다. 다시 놓고 손으로 발을 감쌌다.

정숙에게 보낸 편지를 생각했다. 편지는 삼일에 부쳤다. 받았다는 답은 아직 없었다. 봉투 속에 따로 넣은 딸들의 글을 아내가 각각 건네주었을지, 자기 편지부터 읽었을지 생각했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답장이 여관으로 오면 주인이 맡아 둘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오래 붙들었다.

밤에는 오줌을 누려고 일어나다가 옆구리가 당겨 다시 앉았다. 어두운 구석의 통을 찾아 다녀온 뒤에는 그릇 옆에 누웠다. 입을 벌리면 찬 공기가 목 안쪽에 닿았다.

십이일에는 통역이 먼저 들어왔다. 이번에는 손목을 묶지 않았다. 정헌이 일어나는 동안 기다리고 있다가, 문턱에서 등을 밀었다.

상 위에는 전날과 다른 종이가 놓여 있었다. 한자로 된 말 몇 개는 읽을 수 있었지만 사이에 끼어 있는 일본 글자는 알지 못했다. 정헌은 종이를 들어 눈에서 멀리 놓았다. 통역이 위쪽을 잡아 도로 상에 붙였다.

“어제 말한 겁니다. 확인하고 손도장 찍으시오.”

“읽어 주시오.”

통역은 모금과 연락, 북쪽에서 사람을 만난 일을 읽었다. 정헌이 대답했던 말도 있었다. 그러나 폭동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협의하러 왔다는 대목에서 그는 손을 들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소.”

“협의하러 왔다면서요.”

“무슨 협의인지 내가 말했소. 못 보낸 책이 있고 그만 나르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그 사람 이름은 끝내 안 대고.”

“여기에 적은 일은 내가 하겠다고 한 일이 아니오.”

경부가 종이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통역이 일본말로 무언가를 말했다. 정헌은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자기 이름이 나오면 그제야 귀를 세울 수 있을 뿐이었다.

통역이 종이를 다시 내밀었다.

“이게 끝나야 의원도 부르고 아들한테도 알릴 수 있습니다.”

“내가 여기에 있다고 알리시오. 그건 지금 하시오.”

“그러니까 마칩시다.”

“글을 고치면 내가 읽겠소.”

통역은 붓을 정헌의 손에 쥐여 주었다. 엄지 아래가 뻣뻣해 손가락을 모을 수 없었다. 정헌은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쳐 보았으나 끝이 종이에 닿기 전에 통역이 붓을 빼앗았다.

경부는 손가락으로 상을 두 번 쳤다. 제복 경찰이 정헌의 뒤로 왔다. 정헌이 어깨를 움츠리자 경찰은 팔을 잡아 앞으로 내놓았다.

“찍으시오.”

“읽지 못한 데가 있소.”

경찰의 손이 팔을 더 당겼다. 정헌은 팔을 빼려다가 통역의 손까지 겹쳐지는 것을 보았다.

통역이 정헌의 오른 엄지를 잡아 붉은 인주에 댄 뒤 종이 아래에 눌렀다. 정헌은 손가락을 굽히려 했다. 엄지 끝이 종이 위에서 조금 밀렸다. 둥근 무늬 옆에 붉은 자국이 길게 남았다.

그들은 손을 놓았다. 통역은 종이를 들어 젖은 자리를 살폈다. 정헌이 손을 뻗자 경찰이 팔을 막았다.

“손은 내 손이오. 그 글을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오.”

경부가 통역을 보았다.

“지금 한 말도 옮기시오.”

목소리가 갈라졌다. 통역은 경부에게 짧게 대답했으나 정헌은 무슨 말을 옮겼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경부는 종이를 다른 서류 밑에 넣었다.

“내 말을 적으시오.”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경찰이 정헌을 일으켰다. 그는 상을 붙들었다가 손가락이 하나씩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방을 나서는 동안 뒤에서 서랍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점심 그릇을 가져온 경찰에게 정헌은 의원을 불러 달라고 했다. 옆구리를 가리키고 기침을 해 보였다. 기침 끝에 손바닥에 묻은 것을 내밀었으나 경찰은 그릇을 놓고 나갔다.

저녁에 통역이 문밖으로 지나갔다. 정헌은 일어나려다 벽을 짚고 불렀다.

“의원은 언제 오는 거요?”

“의사는 안 옵니다. 아직 조사가 안 끝났어요.”

“찍으면 끝난다고 했잖소.”

“대답을 제대로 해야지요.”

통역은 다시 걸었다. 정헌은 문에 손을 댔다. 그러나 팔을 들자 가슴이 당겼다. 그는 손바닥을 문에 붙인 채 한동안 서 있다가 내려놓았다.

십삼일에는 먹는 데 오래 걸렸다. 삼키기 전에 기침이 나면 입안의 것을 도로 그릇에 뱉어야 했다. 먹지 못하면 배에 오르는 일도, 경성까지 가는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밥알을 숟가락 등으로 눌러 조금씩 먹었다.

신을 돌려달라고도 했다. 정헌이 발을 가리키며 중국말로 신이라고 하자 경찰은 발등을 내려다보고 나갔다. 한참 뒤 다른 경찰이 와서 그를 다시 취조실로 데려갔다. 신은 가져오지 않았다.

그날은 의자에 오래 앉혀 두었다. 경부가 다른 서류를 보는 동안 통역은 창가에서 담배를 피웠다. 등을 기대면 옆구리가 더 아팠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경찰이 똑바로 앉으라고 어깨를 당겼다.

같은 질문이 다시 나왔다. 돈을 받은 사람, 책을 가져간 사람, 앞으로 만나려던 사람. 자기가 이미 말한 것인지, 말하려고 생각만 한 것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통역이 책을 몇 권 보냈느냐고 물었을 때에는 지난번 주문과 몇 해 전 주문을 함께 셌다. 잘못 셌다고 고치자 통역은 이제야 더 나온다고 했다.

“숫자를 틀렸소. 숨긴 것이 아니오.”

정헌은 그자가 종이에 무엇을 덧쓰는지 보려고 했으나 글씨가 거꾸로 놓여 있었다. 머리를 움직이자 방이 기울었다. 그는 상을 짚고 눈을 감았다. 경찰이 턱을 들어 올렸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통까지 갈 수 없었다. 문을 두드리자 젊은 경찰이 들여다보았다. 정헌은 통을 가리켰다. 다시 손을 뻗어 보이자 경찰은 통을 발로 밀어 가까이 가져다주었다.

정헌은 고맙다는 말 대신 조금만 더 안쪽으로 놓으라고 했다. 경찰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제야 정헌은 중국말로 부탁을 고쳐 말했다. 통이 손 닿는 데로 왔다. 경찰은 문을 닫았다.

단추 하나가 손가락 사이에서 자꾸 빠졌다. 겨우 채우고 벽에 기대었을 때는 이마에 땀이 났다. 오른 엄지의 붉은 것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았다. 침을 묻혀 문지르다가 살이 쓰려 그만두었다.

정숙 앞에서는 이런 손을 내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손을 감추고 괜찮다고 말하면 아내는 또 나중에 알게 될 것이었다. 그는 돌아가면 아픈 곳을 그대로 보여 줄 생각이었다.

아내와 함께 살 때 한 번은 목 뒤에 난 종기를 혼자 짜려다가 더 부풀린 적이 있었다. 정숙은 거울을 들고 비틀거리는 그를 앉혀 놓고, 보이지도 않는 데를 왜 자꾸 만지느냐고 했다. 그는 그때도 미안하다는 말보다 아프다는 말을 먼저 했다. 정숙이 알았으니 가만히 좀 있으라고 했었다.

그 말을 생각하다가 정헌은 입가를 조금 움직였다. 웃으려니 입술 안쪽이 갈라진 자리가 당겼다. 정숙이 지금 손등에 무슨 약을 바르는지, 잠들기 전에 등잔을 어느 쪽에 두는지 몰랐다.

태성에게도 직접 말해야 했다. 북쪽에서 들은 거절을 아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했다. 여관에 돌아가 편지를 받으면 먼저 끝까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읽는 중간에 자기 설명부터 시작하지 말아야 했다.

그날 밤에는 눈을 감아도 잠이 깊어지지 않았다. 복도에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몸이 먼저 굳었다. 한 번은 부르는 소리가 난 것 같아 대답했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먼 곳에서 기침이 들렸다. 다른 사람이 내는 소리였다.

십사일 아침, 그릇이 문 안으로 밀려들어 왔을 때 정헌은 왼팔을 몸 밑에 깔고 있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바닥을 밀었다. 몸이 조금 돌아갔다.

경찰이 그릇을 가까이 놓았다. 정헌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의사를 불러 달라고 말했다. 경찰이 무엇이라고 물었다. 이번에는 소리가 더 작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는 들었다.

쌀 사이에 섞인 검은 알갱이가 하나 보였다. 그것을 골라내고 먹으면 될 것 같았다. 손을 뻗었으나 그릇 가장자리에 손등만 닿았다. 정헌은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해 보려고 손을 거두었다.

왼쪽으로 움직이려다 멈추고 오른쪽으로 조금 돌아누웠다. 뺨이 차가운 바닥에 닿았다. 집에서는 목 밑에 받친 것이 너무 높으면 정숙에게 빼 달라고 했었다. 지금은 얇은 천 한 겹이면 될 것 같았다.

그는 적삼의 끝을 잡았다. 여관에 둔 옷을 생각했다. 그 옷으로 갈아입고 장씨에게 가야 했다. 돌아갈 배를 물어야 했다.

경성에서는 아내가 가는 길을 함께 걸어 보고 싶었다. 빨래를 받으러 가는 길이라면 기다렸다가 같이 돌아오면 되었다. 그는 아내가 자기 팔을 잡아 줄지 생각하다가, 먼저 팔을 내밀어 보지도 못했다는 데서 생각이 멎었다.

복도에서 구두가 끌렸다. 이쪽으로 오는 사람에게 몸을 돌려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는지 멀어졌는지 가릴 수 없었다.

손에 걸린 적삼을 턱 밑으로 당겼다. 천이 뺨을 스쳤다. 아직 제대로 받치지 못했는데 손가락에서 힘이 빠졌다. 정헌은 한 번 더 잡으려고 했다. 턱에 닿아 있던 천의 감촉도 더는 없었다.